외래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그러면서도 가장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 중 하나가 “제가 고지혈약(스타틴)을 꼭 먹어야 하나요?”입니다. 특히 당뇨가 아직 오지 않은 ‘당뇨전단계’ 환자에게는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스타틴이 당뇨를 일으킨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한 분의 가상 사례로 이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 환자 사례 — 67세 여성 K씨
-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저밀도, LDL) 145, ‘좋은’ 콜레스테롤(HDL) 64 mg/dL (비-HDL 165)
- BMI 24.7 (정상 체중)
- 혈당: 당뇨전단계 (아직 당뇨는 아님)
- 혈압: 정상 (고혈압 없음)
- 흡연: 안 함
- 심혈관 질환 과거력·가족력: 없음
표면적으로 K씨는 “거의 건강한” 분입니다. ‘나쁜’ 콜레스테롤(LDL)도 위험할 만큼 높지 않고(145),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오히려 높으며(64), 비만·고혈압·흡연도 없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단 두 가지, 나이(67세)와 당뇨전단계입니다. 바로 여기서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당뇨전단계 환자일수록 심혈관 위험이 높아 스타틴이 더 필요하지만, 동시에 스타틴이 당뇨를 앞당길 위험도 바로 이런 분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K씨에게 스타틴을 권해야 할까요? 결론은 글 마지막에서 함께 내리기로 하고, 먼저 핵심 사실부터 짚겠습니다.
오해 1. “스타틴이 당뇨를 일으킨다” — 사실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과장입니다. 이 논란은 오랫동안 의견이 분분했는데, 2024년 세계 최고 권위의 자료가 그 크기와 성격을 정밀하게 규명했습니다. 전 세계 무작위 임상시험 19건, 12만 3,940명의 개인 자료를 모은 코크란 공동연구(CTT) 분석입니다.
🔬 최신 근거
플라시보(가짜약)와 비교했을 때 스타틴은 신규 당뇨 진단을 늘리긴 했습니다. 다만 저·중강도에서 10%(상대위험 1.10), 고강도에서 36%(1.36) 증가로 용량에 비례했고, 그 정체는 혈당을 아주 조금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평균 혈당 상승은 단 약 0.7 mg/dL, 당화혈색소(HbA1c) 상승은 0.06~0.08%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새로 진단된 당뇨의 약 62%가, 시작 시점에 이미 혈당이 당뇨 문터에 바짝 다가가 있던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즉 스타틴이 멀줡한 사람을 당뇨로 만든다기보다는, 이미 당뇨로 가고 있던 분의 진단 시점을 살짝 앞당기는 것에 가깍습니다. 정상 혈당인 사람에게서 스타틴 때문에 당뇨가 새로 생기는 일은 드뻅니다. 위험은 K씨 같은 당뇨전단계·인슐린저항성 환자에게 집중됩니다.
오해 2. “그러니 위험한 사람은 피해야” — 정반대입니다
당뇨 위험이 실재한다고 해서 스타틴을 멀리할 이유가 될까요? 숫자를 같은 저울에 올려 보면 답이 분명해집니다. 스타틴의 이득은 당뇨 위해를 압도합니다.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1 mmol/L(약 39 mg/dL) 낮출 때마다, 주요 심혈관 사건(심근경색·뇌졸중·관동맥 시술)이 약 1/5(20%) 감소하고, 전체 사망도 약 1/10 감소합니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이 근거를 바탕으로 위험인자가 있는 40~75세에서 스타틴 1차예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득 vs 위해, 같은 저울에서
실제 대규모 코호트에서 스타틴의 이득(심혈관 합병증 1건 예방)에 필요한 치료 인원(NNT)은 약 26명, 위해(당뇨 1건 유발)에 필요한 인원(NNH)은 약 65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득이 위해보다 2배 이상 흔합니다. 게다가 스타틴 때문에 당뇨가 생긴 사람조차 심혈관 이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리하면, 위험을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과장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당뇨전단계는 스타틴을 끊을 이유가 아니라, 혈당과 체중을 함께 관리하며 병행할 이유입니다. 문제는 “그래서 이 환자에게 정말 이득이 충분히 큰가”를 어떻게 가늘하느냐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도구가 등장합니다.
새로운 나침반 — PREVENT 공식
미국심장협회(AHA)가 2023년 발표한 PREVENT 공식은 기존 위험 계산식(PCE)을 대체하는 차세대 도구입니다. 미국 성인 650만 명 이상의 자료로 개발됐고, 몇 가지 결정적 강점이 있습니다.
- 심장·신장·대사 건강을 통합해 심근경색·뇌졸중뿐 아니라 심부전까지 한 번에 추정합니다.
- 인종 변수를 제거하고, 10년 위험뿐 아니라 (젊은 층은) 30년 위험까지 계산합니다.
- 무엇보다 K씨 같은 환자에게 중요한데, 확장식에 당화혈색소(HbA1c)·요알부민(UACR)을 직접 넣을 수 있어 당뇨전단계와 콩팥 상태가 만드는 위험을 점수 안에 정량적으로 반영합니다.
PREVENT 공식은 기존 PCE보다 위험을 더 보수적으로(낮게) 추정합니다. 그래서 나이만으로 과도하게 약을 권하던 관행을 줄이고, 정말 이득이 큰 사람을 더 정확히 선별하도록 돕습니다.
결정이 애매할 때 — 관동맥 칼슘(CAC) 검사
위험이 ‘경계 영역’으로 나와 스타틴을 쓸지 말지 애매할 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결정적 도구가 관동맥 칼슘(CAC) 검사입니다. 조영제 없이 찍는 흉부 CT로 심장 혈관의 석회화 정도를 점수화합니다. 2018년 이후 ACC/AHA 가이드라인이 일관되게 권고해 왔고, 2026년 새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도 남성 40세 이상·여성 45세 이상의 경계~중간 위험 환자에서, 스타틴 결정에 도움이 될 때 시행하도록 명시합니다.
CAC 점수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CAC 0점이면 향후 10년 심혈관 위험이 매우 낮아 스타틴을 보류하고 추적할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칼슘이 보이면(특히 100점 이상, 또는 같은 나이·성별의 75백분위 이상) 경계위험이라도 스타틴을 적극 시작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목표를 더 낮게 잡습니다.
다시 K씨에게 — 어떻게 결정할까
이제 도구를 손에 들고 K씨에게 돌아가 봅시다. K씨의 수치를 PREVENT 공식(기본식)에 넣으면 10년 심혈관(ASCVD) 위험이 약 4.4%로 나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예전 도구(PCE)였다면 67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이 10%를 넘어 ‘중간위험’으로 분류되고, 거의 자동으로 스타틴 대상이 됐을 겁니다. PREVENT 공식은 같은 K씨를 4.4%, ‘경계위험’으로 더 현실적으로 재분류합니다. 나이가 위험을 과대평가하던 부분을 보정해 주는 것이죠.
2026년 가이드라인 기준 4.4%는 ‘경계위험(3~5%)’ 구간으로, “무조건 쓴다/안 쓴다”가 아니라 환자와 함께 의논해 결정하는 회색지대입니다. K씨에게는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 K씨를 위한 결정 단계
- 1단계 — 확장 PREVENT 공식으로 재계산. K씨의 HbA1c와 요알부민(UACR)을 넣어 다시 계산합니다. 당뇨전단계와 미세알부민뇨가 위험을 끌어올려 5%를 넘으면, ‘중간위험’이 되어 스타틴 적응이 명확해집니다.
- 2단계 — 여전히 경계(3~5%)면 CAC 검사. 67세 여성에서 CAC가 0점이면 위험이 매우 낮아 스타틴을 보류하고 추적할 수 있고, 칼슘이 있으면 경계위험이라도 적극적으로 스타틴을 시작합니다.
- 3단계 — 당뇨전단계는 ‘병행 관리’로. 어떤 결정을 하든, 당뇨전단계는 스타틴을 피할 이유가 아니라 체중·혈당을 함께 모니터링할 이유입니다. 스타틴이 당뇨를 만든다기보다 이미 다가오던 진단을 조금 앞당길 뿐이며, 그 경우에도 심혈관 이득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한 줄 결론. K씨는 PREVENT 공식으로 보면 자동 처방 대상이 아닌 ‘경계위험’이고, 당뇨전단계라는 한 가지 변수가 저울추입니다. 확장 PREVENT 공식과 CAC로 위험을 한 번 더 선명하게 본 뒤, K씨의 가치관과 선호까지 반영해 함께 결정하는 것이 정답에 가장 가깝습니다. 똑같은 67세 여성이라도, 검사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스타틴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안심하고 추적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획일적 처방’에서 ‘맞춤형 결정’으로 넘어가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K씨의 PREVENT 공식 4.4%는 혈압·콩팥기능·중성지방을 정상으로 가정해 계산한 예시이며, 실제 수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물 시작·중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 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CTT) Collaboration. Effects of statin therapy on diagnoses of new-onset diabetes and worsening glycaemia: an individual participant data meta-analysis.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24;12(5):306-319.
- 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CTT) Collaboration; Baigent C, Blackwell L, Emberson J,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more intensive lowering of LDL cholesterol: a meta-analysis of data from 170,000 participants in 26 randomised trials. Lancet. 2010;376(9753):1670-1681.
-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Statin Use for the Prim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in Adults: USPSTF Recommendation Statement. JAMA. 2022;328(8):746-753.
- Cardiovasc Diabetol. Statin-induced risk of diabetes does not reduce cardiovascular benefits in primary prevention. 2025.
- Khan SS, Matsushita K, Sang Y, et al.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s Predicting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EVENTs (PREVENT) Equations. Circulation. 2024;149(6):430-449.
- 2026 ACC/AHA Guideline on the Management of Dyslipidemia. ACC/AHA, 2026.
이 글은 클로드(Claude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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