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예방접종으로 치매를 예방한다? 2025년 Nature지에 게재된 논문 “A natural experiment on the effect of herpes zoster vaccination on dementia”를 처음 접했을 때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치매와 대상포진 예방접종이라니, 무슨 얘기지?’와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였다. 그러나 논문의 초록과 내용을 살펴보고 난 다음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우와, 정말 아이디어 좋구나.’
영국 웨일스의 보건정책 실험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1933년 9월 2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에게 1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불과 1주일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건강 습관, 경제적 여건, 지능 등 거의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한쪽은 백신을 맞게 되고 다른 쪽은 맞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바로 회귀 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RD)라는 통계 기법의 핵심이다.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그룹을 나눈 임상시험과 유사한 ‘유사 무작위 배정’ 효과를 내며,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강력한 인과관계의 증거를 제공한다.
백신 접종자가 치매에 덜 걸린다는 통계는 자칫 ‘백신을 맞을 정도로 건강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 원래 치매에도 덜 걸리는 것’이라는 건강 문해력 편향(Health Literacy Bias)에 빠질 위험이 있다. 회귀 불연속 설계는 이 편향을 원천 차단하는 설계다.
결과: 치매 위험 20% 감소
추적 관찰 결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20% 낮았다. 특히 여성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1]
같은 연구팀이 캐나다 온타리오주(1946년 1월 1일생 기준)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일관성을 확인해 주었다.[3]
싱그릭스는 더 강력하다
웨일스 연구에서 사용한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 (조스타박스) 였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싱그릭스(Shingrix)는 어떨까? Rayens 등이 2026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싱그릭스 2회 접종을 완료한 65세 이상 성인은 접종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치매 진단 빈도가 약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4]
웨일스 연구(약독화 생백신)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가 주로 여성에서 두드러졌다면, 싱그릭스 연구에서는 남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싱그릭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치매를 유발할까?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치매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다만 이 바이러스가 신경계 전반에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 손상을 유발하며, 치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단백질 응집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2025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Polisky 등의 연구에서는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된 사람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2] 대상포진 백신이 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근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
NNT로 보는 효과의 크기
어떤 치료의 실질적 효용은 단순히 몇 %를 줄였는가보다 NNT(Number Needed to Treat)로 더 명확하게 표현된다. NNT는 1명의 질병 (예, 치매)을 예방하기 위해 몇 명을 치료(접종)해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웨일스 연구의 절대적 감소폭(3.5%)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 ÷ 0.035 ≈ 28),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관련 NNT는 약 20~30명 수준이다. 이는 뇌신경 질환 예방 수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효율성이다.
나이를 먹으면 암보다 치매가 더 두렵다
예전에는 건강 검진에서 암 걱정이 제일 컸다. 요즘은 치매에 대한 걱정이 훨씬 크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인지 인지 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광고와 보충제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된다. 대부분 근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찾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제는 치매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게 됐다. 대상포진도 예방하고 치매 위험도 낮추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접종 권고사항
- 50세 이상이라면 싱그릭스 접종을 고려하세요. 나이가 많을수록 대상포진 재활성화 위험이 높아집니다.
- 70~80대도 아직 인지 기능이 정상이라면 늦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맞는 게 도움이 됩니다.
- 이미 대상포진을 앓은 분도 그로 인한 면역은 1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백신 접종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 싱그릭스는 2~3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이 원칙입니다. 2회를 모두 마친 군에서 1회만 접종한 경우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났습니다.
참고 문헌
1. Eyting M, et al. A natural experiment on the effect of herpes zoster vaccination on dementia. Nature. 2025;641(8062):438–446.
2. Polisky V, et al. Varicella-zoster virus reactivation and the risk of dementia. Nat Med. 2025;31(12):4172–4179.
3. Pomirchy M, et al. Herpes zoster vaccination and incident dementia in Canada: an analysis of natural experiments. Lancet Neurol. 2026;25(2):170–180.
4. Rayens E, et al. Recombinant zoster vaccine is associated with a reduced risk of dementia. Nat Commun. 2026;17(1):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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